건축학개론 상(想)


이 두 아이들이 참 예뻤다.
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94년 5월에 발매되었다니 얼추 그 시대를 연기한 배우들이다.
내 삶의 시간대가 그대로 영화로 만들어진 걸 본 건 처음이다보니, 가슴이 먹먹했다.
어느덧 우리에게 주어졌던 시간이 흘러 영화로 재현된 기억 저편의 첫사랑의 추억과 내 삶의 추억이 겹쳤다.
영화관에 앉아 이 겹침을 체험하면서, 한편에선 살아온 삶에 대한 먹먹한 위로가, 다른 한편에선 나이들었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수긍이 동시에 솟았다. 20년 정도 지나 이 두 아이들이 지금 내 나이가 된 현재의 장면들은 이제 청춘은 완료형으로 기억되지만 여전히 좀처럼 잡히지 않는 삶의 미세한 의미와 그 신비 속에 허우적대는 내 모습과 포개졌다.
슬픈 영화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훌쩍인 까닭도 아마 그 포개짐을 응시했기 때문이리라.




덧글

  • zoo 2012/04/24 11:57 # 삭제 답글

    요사이 나온 보지못한 영화 두 편을 그냥 생각해보게 됐는데
    멀어져버린 청춘과 머지않은 황혼.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두개를 동시에 말해버리는.
    그럼에도 난 이것보다 은교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
    늙음은 회한의 대상일까 성찰의 대상일까..하며 마음이 복잡해지는 걸 보면, 음
  • 2012/04/25 00:58 # 삭제 답글

    그래도 아직은 멀어져버린 청춘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요, 적어도 숫자상으로는...^^
    몇년 전에 가능하다면 환갑 근처로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.
    늙어버리면 포기할 건 다 포기하고 홀가분하게 또 나름 지금보단 지혜롭게 살고 있지 않을까, 하는...기대.
    은교를 보게 되면 그게 헛된 기대였음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요.
    4월이 회장님 birth-month라 마음이 복잡해지는가 싶군요. 멀리서 축하와 격려를 동시에...
  • zoo 2012/05/01 08:59 # 삭제 답글

   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 참 말이 많기도 하다만, 그럼에도
    왠지 이 영화는 늙음에 관한 보편적 성찰보다, '한국'에서 '남자'가 늙는 것에 관한
    특수한 감수성이 압도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. 그리 생각이 들고나니 좀 짜증이 나네.ㅋ
    그나저나, 요샌 어찌 지내는지. 별일은 없는지.
  • 2012/05/03 14:30 # 삭제 답글

    뭐 강의 나가고, 글 쓰고, 프로젝트 하고, 음악 듣고, 산책하고, 그럭저럭 별일없이 지내고 있음^^
    예전 다니던 서대문에 있는 연구소로 거의 매일 나가 지내요...
    거기도 날씨가 더워지겠죠, 건강 조심하구, 가벼운 운동도 가끔 하시구...
댓글 입력 영역